인테리어 디자이너 하는 일, 정확히 무엇일까
모임에서 직업을 소개할 때마다 늘 같은 질문을 받습니다.
“그럼 집 예쁘게 꾸며주는 일 하시는 거예요?”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린 말이라, 30년째 이 일을 하면서도 매번 설명이 짧아지지 않네요.
오늘은 인테리어 디자이너 하는 일이 실제로 무엇인지, 최근 상담했던 사례를 예로 들어 정리해보겠습니다.
인테리어 디자이너 하는 일/ 디자인 이전에, 먼저 듣는 사람
며칠 전 40대 부부의 상담을 진행했는데, 첫 미팅에서 저는 스타일 이야기보다 하루 일과를 먼저 여쭤봤습니다.
아이가 둘이고 재택근무를 겸하신다는 걸 알게 되면서, 거실 한쪽에 업무 공간을 분리해야 한다는 게 이 프로젝트의 진짜 핵심 과제라는 걸 파악할 수 있었어요.
인테리어 디자이너의 일은 예쁜 사진을 보여주는 게 아니라, 그 집에서 실제로 벌어지는 생활을 먼저 파악하는 데서 시작합니다.
공간을 숫자와 도면으로 옮기는 일
이야기를 듣고 나면 그걸 실제 도면으로 옮겨야 합니다.
벽을 어디까지 옮길 수 있는지, 배관과 전기 배선이 어디로 지나가는지를 확인하고, 그 제약 안에서 원하는 생활이 가능한 구조를 그려내는 게 다음 단계예요.
이 부부의 경우 안방과 거실 사이 벽을 일부 트고 슬라이딩 도어를 달아서, 업무 시간에는 닫아 집중하고 저녁에는 열어서 거실을 넓게 쓸 수 있는 구조를 제안했습니다.
자재와 예산, 시공사 사이에서 조율하는 일
설계안이 정해지면 자재를 고르고 예산에 맞춰 항목을 조정하는 작업이 이어집니다.
이 단계에서는 시공사에서 올라오는 견적서를 검토하고, 항목별로 과하거나 빠진 부분이 없는지 확인하는 것도 디자이너의 몫입니다.
예산이 빠듯하다면 어느 자재는 등급을 낮추고 어느 자재는 그대로 가져갈지 우선순위를 함께 정해드리는 것도 이 일의 큰 부분을 차지합니다.
현장에서 도면대로 되고 있는지 확인하는 일
도면이 완성됐다고 일이 끝나는 게 아닙니다.
실제 시공 중에 현장을 방문해서 도면과 다르게 시공되는 부분은 없는지, 자재가 계획대로 들어왔는지 확인하는 과정이 남아 있어요.
벽 위치가 도면과 20mm만 어긋나도 나중에 붙박이 가구가 안 들어가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이 확인 과정을 생략하면 마무리 단계에서 문제가 터지기 쉽습니다.
고객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옮기는 일
설계 과정에서 제가 가장 신경 쓰는 부분 중 하나는, 도면이나 전문 용어를 그대로 전달하지 않는 것입니다.
이 부부에게 슬라이딩 도어 구조를 설명할 때도 “레일 매입형”이라는 말 대신, 문을 열었을 때와 닫았을 때 각각 어떤 느낌인지 실제 사진 참고 자료를 보여드리면서 설명했습니다.
화상회의나 재택근무처럼 생소한 생활 패턴이 반영된 설계일수록, 고객이 도면만 보고 완성된 모습을 상상하기 어려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벽 두께나 문 폭 같은 숫자를 말할 때도 항상 “이 정도면 성인 두 명이 동시에 지나갈 수 있는 폭입니다”처럼 실제 몸으로 느껴지는 기준으로 바꿔서 설명하는 편입니다.
이렇게 언어를 옮기는 과정을 생략하면, 고객은 완공되고 나서야 자신이 상상했던 모습과 다르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저는 도면 설명이 끝나면 항상 “지금 설명드린 대로 이해하신 부분을 말씀해달라”고 반대로 여쭤보는데, 이렇게 한 번 되짚어보면 제가 설명을 빠뜨렸거나 고객이 다르게 이해한 부분이 그 자리에서 바로 드러납니다.
완공 후에도 이어지는 일
이 부부의 공사가 끝나고 두 달쯤 지났을 때, 슬라이딩 도어 레일에서 소음이 난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시공사 쪽 하자보수 기간은 이미 끝났다고 안내가 갔다고 하셨는데, 저는 계약서상 기간과 별개로 설계자로서 원인부터 확인해드렸습니다. 레일 하부에 먼지가 쌓여 생긴 단순한 문제였는데, 시공사에 다시 연락해서 무상으로 처리되도록 중간에서 조율했습니다.
사실 준공 도장을 찍는 순간 일이 끝났다고 생각하는 디자이너도 많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살아보면서 처음 발견되는 문제들이 꼭 있기 마련이라, 저는 완공 후 3개월 정도는 이런 연락이 오면 직접 원인을 확인하고 시공사와의 연결 고리 역할을 해드리는 편입니다.
이 부분까지가 인테리어 디자이너의 일이라고 생각하는지 아닌지가, 나중에 고객이 느끼는 만족도에서 꽤 큰 차이를 만듭니다.
정리하면 인테리어 디자이너 하는 일은 생활을 듣고, 그걸 도면으로 옮기고, 예산 안에서 자재를 고르고, 현장이 도면대로 가고 있는지 끝까지 확인하는 것입니다.
“예쁘게 꾸며주는 일”이라는 말이 틀린 건 아니지만, 그 예쁨이 나오기까지 거쳐야 하는 단계가 생각보다 많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이 일이 시공업자, 그리고 실내건축디자이너와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다른지 이어서 다뤄보겠습니다.
인테리어 디자이너와 첫 상담을 앞두고 계시다면, 미팅 전에 원하는 공간의 사진이나 마음에 드는 이미지를 몇 장 미리 준비해가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막연히 말로 설명하는 것보다 시각 자료가 있으면, 인테리어 디자이너가 요구사항을 훨씬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상담 시간도 그만큼 알차게 쓰실 수 있습니다.
인테리어 디자이너 자격과 직무 범위에 대한 공식 정보는 한국실내건축가협회(KOSID)에서 확인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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